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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색 양파와 새 자전거

자주색 양파와 새 자전거(Essay 34th of 2026) 사이클을 타다가 넘어져서 두 다리와 양팔에 찰과상을 입은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다. 다행스럽게 어느 곳도 골절은 없어서 일상은 지장 없이 잘살고 있다. 회사 근처의 의원에 다니며 치료받아서 패인 살은 조금씩 차오르고 있다. 오른팔은 피멍이 잘 영근 자색 양파처럼, 온통 짙은 자주색으로 변했다. 내 평생에는 해 볼 수 없는 타투를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낫느냐고 가렵기도 하다.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시는 원장님은 "내 지인 중에 한 분은, 자전거 타다 넘어지며 고관절을 다쳤고, 지금은 그 좋아하던 골프도 못 하고 있어요. 자전거 타는 것 정말 조심해야 해요"라고 말씀하셨다. 어제도 치료받으러 갔더니, 원장님은 "사모님이 자전거 못 타게 하지요..

카테고리 없음 2026.06.10

초심을 잃은 큰 예방주사

초심을 잃은 큰 예방주사 ( Essay 33rd of 2026 ) 뭐든 초심을 잃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주식만 해도 그렇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나는 1천만 원으로 주식을 사서 6개월 동안에 700만 원을 벌었다. 그때는 현대증권 한 종목만 가지고 하락하면 매수하고, 10% 정도 상승하면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했다. 어느 때는 1개월 만에 팔았고, 어느 때는 1주일 정도에 팔기도 했다. 이렇게 쉬운 주식 투자에서 왜 손실을 본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갓난아기일 때 내 자식, 내 손자는 다 천재처럼 보이듯이, 나는 주식의 천재이거나 달인이라고 교만해졌다. 하지만, 하루에도 상한가까지 올라서 큰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더 큰 욕심이 생겼다. 결국은 초심을 잃은 것이다. 물타기, 상..

카테고리 없음 2026.06.01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

LG생활건강 캠페인에서 차용하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 ( Essay 32nd of 2026 ) 아침에 잠시 망설이다가, 지하철로 출근하려고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이 벌써 5월의 월 마감일이다. 5월은 아직도 이틀이나 더 남았지만, 일하는 날을 기준으로 하니 오늘이 월말이다. 차로 출근하면 내일 그리고 일요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 내일은 사이클을 타고, 일요일은 관악산에 가려고 한다. 일부러 차를 가지러 회사에 갈 시간이 없다. 요즈음에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한 번씩 만나는 새 식구가 있다. 내 나이대와 비슷해 보이는 가족인데, 최근에 이사 오신 것 같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12층에서 섰고, 내 또래의 중년 남성이 탔다...

카테고리 없음 2026.05.29

죽마고우

죽마고우 ( Essay 31st of 2026 ) 기억할 수도 없는 온갖 개꿈을 꾸고 허리가 아플 만큼 잤는데도, 눈이 저절로 떠져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이다. 더 잘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다행이기는 한데, 옛날처럼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잠이 들고, 한 번도 깨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던 그때가 정말 그립다. 꿈속에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던 때는 행복하기도 했다. 화장실에 갔다 와서 다시 잠자려고 애쓰다가 벌떡 일어나서 원고지를 꺼냈다. 어제는 두 달여 만에 죽마고우들을 다시 만났다. 고향의 초등학교 동창 친구의 소모임이다. 잘 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던 친구들이다. 오늘도 내가 퇴근 후에 낯익은 노원으로 갔다. 7호선 노원역에 내려서 9번 출구를 찾아가는 일은 멀고도 힘들었다. 하늘 가는 ..

카테고리 없음 2026.05.28

비 오는 날도 공 치는 날

비 오는 날도 공 치는 날( Essay 29th of 2026 ) 어둠의 검은 장막을 거두며, 새날이 밝아 오고 있다. 먼 동쪽에서 보내오는 해님의 따뜻한 미소는, 밤부터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비가 삼켜 버렸다. 소파에 누워서도 손이 닿는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을, 자다가 다섯 번도 더 보았다. 일기예보에는 비 내리는 우산 그림 대신에 잠시 구름 낀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다시 우산 그림이다. 어제부터 취소가 되었으면 차라리 마음 편히 잠이라도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약속된 새벽 5시에 메신저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캔슬입니다'이다. 당연히 취소될 것을 생각했던 우리는 '네'라고 답했다. 자주 기회가 있는 어느 사람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손꼽아 기다..

카테고리 없음 2026.05.22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 (Essay 28th of 2026)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더니, 두 번째 단추도 잘못 끼워졌다. 내일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적인 골프모임 월례회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는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지난달 4월은 긴 겨울을 보내고, 5개월 만에 다시 시작되는 월례회였다. 멀쩡하던 날씨가 그날이 되어가니 비가 내렸고, 당일도 비가 온다고 했다. 원주 오크밸리로 출발하기 전인 아침 6시까지, 준비를 다 하고 골프장의 결과만 기다렸다. 6시가 되자 "골프장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금일 라운딩은 취소합니다"라고 왔다. 오랫동안 기다린 올해 첫 라운딩이었는데, 속상했다. 골프장에 가려던 복장을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고 회사로 갔다. 그리고 다시 잡은 늦은 새날에 겨우 시무식을 했..

카테고리 없음 2026.05.20

곰국과 육개장

곰국과 육개장 ( Essay 27th of 2026 ) 일요일 오전 우리 집 부엌의 인덕션에는, 작지 않은 국 솥이 팔팔 끓고 있다. 아내는 아침부터 바쁘고 부산했다. 부엌조리대에는 마른 고사리가 물속에서 불려지고, 대파는 큼직큼직하게 잘려 쭉쭉 찢어져 있다. 그리고 무도 조각조각 예쁘게 썰었고, 멀리서 올라온 문경 한우도 먹기 좋게 썰어 놓았다. 이 재료들이 갖은양념과 함께 한 솥에 넣어진 채로 섞여서 끓여지며, 맛난 냄새가 난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육개장을 끓이고 있다. 정작 본인은 매워서 속이 아프다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육개장이다.우스갯소리로 나이 든 부인이 들통에 곰국을 끓이면, 아주 긴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자기가 여행하는 동안, 홀로 남은 남편이 두고두고 먹으라..

카테고리 없음 2026.05.18

뱃살과 동거 그리고 이별

뱃살과 동거 그리고 이별( Essay 26th of 2026) 나는 지금보다 젊었을 때, 살찌는 게 소원인 적이 있다. 살찌려고 일부러 늦은 밤에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내 키는 우리 나이대 표준 정도인 172.4cm이다. 몸무게는 63kg을 20년 가까이 크게 변동 없이 유지했었다. 아마도 고등학교 3학년 때가 가장 몽실몽실하게 살이 쪘었던 것 같다. 작은 얼굴에 깡마른 체격이라 더 허약하고 초라해 보였다. 꾸준히 노력해도 살은 찌지 않아서, 나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체념했었다. 그런데 15년 전에 내가 담배를 완전하게 끊은 2010년부터 갑자기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나잇살과 금연 후 주전부리가 심해지더니, 먹는 모든 것들이 맛나지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하루에 세 끼니를 왜 먹어야 하냐고..

카테고리 없음 2026.05.08

천사님 만나는 날

천사님 만나는 날(Essay 25th of 2026)한 여인이 지구별을 떠나면서 걱정이 되었는지, 오래전부터 좋은 천사님을 인연해 주셨다. 그 천사님은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고, 수정처럼 맑았다. 우리 가족은 천사님을 보기 전부터, 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운 이 세상의 천사님이다.오늘은 천사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아침에 가볍게 차려입고, 가깝지 않은 그곳으로 운동하러 갔다. 어중간한 곳보다 그곳은 차가 막히지도 않고, 기다리는 시간도 거의 없어서 좋다. 오늘은 무면허 코치님이 동행하는 날이다. 참 어려운 것이 이 골프이다. 개인 코치님은 보고 들은 것으로 내가 힘이 들어갔는지, 허리 회전은 잘 되고 있는지 등 이론으로는 프로 님 못지않다. 나는 때론 신경이 쓰여서 더 안될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시..

카테고리 없음 2026.05.05

왜 짜증을 냈을까?

왜 짜증을 냈을까? (Essay 24th of 2026) 나는 오늘, 말도 안 되는 일로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렸다. 어쩌면 고수님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랜만에 고수님과 저녁을 먹고, 당구 시합을 했다. 당구 게임비는 지는 사람이 내기로 했다. 고수님은 아주 오래전의 지난번 시합보다 세 개가 더 많은 열세 개이고, 나는 그때 그대로 다섯 개이다. 나한테 말도 안 되는 행운의 샷 두 개가 오지 않는 한, 내가 이기기 어려운 시합이다. 그 고수님의 실력을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다. 고수님은 수준이 150이라는데, 실력은 그보다 훨씬 높고 뛰어나다. 큐를 고정하는 왼손에 장갑도 안 끼고 치는 고수이다. 공의 강도나 휘어지는 회전이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확연히 다른 고수님이다. ..

카테고리 없음 202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