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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님 만나는 날

파인트리(story08655) 2026. 5. 5. 21:34

 

 

 

천사님 만나는 날(Essay 25th of 2026)


한 여인이 지구별을 떠나면서 걱정이 되었는지, 오래전부터 좋은 천사님을 인연해 주셨다. 그 천사님은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고, 수정처럼 맑았다. 우리 가족은 천사님을 보기 전부터, 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마운 이 세상의 천사님이다.
오늘은 천사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아침에 가볍게 차려입고, 가깝지 않은 그곳으로 운동하러 갔다. 어중간한 곳보다 그곳은 차가 막히지도 않고, 기다리는 시간도 거의 없어서 좋다. 오늘은 무면허 코치님이 동행하는 날이다. 참 어려운 것이 이 골프이다. 개인 코치님은 보고 들은 것으로 내가 힘이 들어갔는지, 허리 회전은 잘 되고 있는지 등 이론으로는 프로 님 못지않다. 나는 때론 신경이 쓰여서 더 안될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라 좋다.


오늘은 한 시간 반쯤 연습하고, 가까운 곳에 사는 막내 처남을 불러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연습장에 도착해 전화하니, "사무실에 나와 있고 연습장에 오려고 했다"라고 했다.
둘이 땀 흘리며 운동하고 나서 막내와 우리는 천사님을 보고, 또 천사님이 만들어 주는 맛난 음식도 먹기로 했다. 천사님이 사시는 곳은 하늘나라가 아니고, 남양주시이다. 그녀는 하늘나라에서도 하늘 식구들의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주던, 식음식부 소속의 천사였을 것 같다. 맛난 음식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신다. 천사님의 이름은 모른다. 묻지도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다만 '예정'과는 무엇인가 인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이 땅 위에 오신 지 50년 후반 대 인 것은 들어서 안다. 천사님의 집은 생각보다 넓고 깨끗했다. 넓은 주차장도 있어서 접근성도 좋았다. 하얀 날개 옷 대신에 앞치마와 두 갈래로 딴 머리가 소녀 천사님 같다. 반갑다.


천사님의 집 '예정'은 생고기 짜글이 전문점이다. 짜글이는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국물을 적게 끓인 찌개이다. 내 고향 충청도 향토 음식이다. 그런데 짜글이 종류가 꽤 많았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짜글이, 스팸두부 짜글이도 있었다. 아쉽게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돼지고기가 떨어져서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짜글이는 먹지 못했다. 대신 닭고기 짜글이를 먹었다. 뼈를 바른 닭고기에 스팸과 두부, 버섯과 송송 썰은 대파가 가득 얹어졌다. 밭에서 막 따온 것처럼 싱싱한 상추와 텃밭에서 뜯어와서 심심하게 무친 봄나물, 아주 작은 멸치 볶음, 열무김치와 깍두기도 정갈하고 맛이 있다. 여섯 형제의 소시지볶음도 입맛을 돋운다. 무엇보다 짜글이 양념이 고추장으로 간이 맞춰졌다. 국물의 색깔도 너무 빨갛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다. 그리고 입안에서 도는 국물 맛은 맵지 않고 달달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추장찌개를 좋아했다. 아니 우리 충청도에서는 된장찌개보다 고추장찌개를 더 많이 먹었다. 지금도 고추장으로만 양념된 고추장 감자찌개를 잘해 먹는다. 닭고기 짜글이를 한 입 먹으니, 고향의 맛이고 고향 냄새가 가득하게 났다.
천사님에게 "고맙다"라고 했더니, "고마워하셔야지요."라고 처남에게 얘기했다. 천사님도 보람을 느끼는 일인 것이다. "고향음식을 먹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하자 내게도 고향을 물어 천사님 옆동네라고 했다.
워낙 소식인 우리 식구는 푸짐하게 차려진 짜글이와 맛난 반찬을,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어서 남겼다. 아깝다. 그리고 돼지고기 짜글이는 언젠가 다시 먹어 볼 기회를 주시는 거라 생각하며 천사님 집 '예정'을 나왔다. 천사가 맞다. 새벽부터 나와서 준비하고 장사하냐고 지쳤을 텐데, 고운 얼굴, 밝은 미소를 잃지 않는 천사님이 맞다. 고마운 천사님이다. 막내가 무엇인가 도움만 받지 말고, 도움보다 조금이라도 큰 갚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천사님을 만나는 가슴 설레는 날이었다.


2026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천사 님이 지난 3월에 쓴 [아름다운 여수에 가다]라는 내 글을 읽었다고 하며, 예정에 왔으니 한 번 또 써 보시라고 해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