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생활건강 캠페인에서 차용하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 ( Essay 32nd of 2026 )
아침에 잠시 망설이다가, 지하철로 출근하려고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꺼내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이 벌써 5월의 월 마감일이다. 5월은 아직도 이틀이나 더 남았지만, 일하는 날을 기준으로 하니 오늘이 월말이다. 차로 출근하면 내일 그리고 일요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 내일은 사이클을 타고, 일요일은 관악산에 가려고 한다. 일부러 차를 가지러 회사에 갈 시간이 없다.
요즈음에 엘리베이터에서 가끔 한 번씩 만나는 새 식구가 있다. 내 나이대와 비슷해 보이는 가족인데, 최근에 이사 오신 것 같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12층에서 섰고, 내 또래의 중년 남성이 탔다. 그런데 그분은 내게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같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나도 엉겁결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가벼운 콤비 정장에 백팩을 멘 그분은 얼굴에 '나는 선한 사람'이라고 쓰여있었다. 목사님이나 신부님 아니면 스님 같은 온화한 느낌이 드는 점잖은 분이었다. 내가 늘 아쉬움으로 가지고 있었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날처럼 전혀 모르는 분과 인사를 나누는 것은 거의 없어서 낯설기까지 했다. 나는 그날 내가 작년에 엘리베이터가 교체공사가 끝나면 하기로 했던 게 생각났다.
[엘리베이터는 서로 아는 사람과도 인사하기 쑥스러운 곳이지요? 어느 층 어느 집에 사는 줄은 알지 못해도, 우리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우리 103동 만이라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지내요]
내가 이런 내용으로 엘리베이터 내에 공지문을 붙이고, 인사하기 운동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도 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안과 밖의 사람들이 시선부터 피한다. 눈을 마주치고 인사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가끔 인사하며 지내는 분들이 있다. 대여섯 가구이다. 주로 입주 때부터 지낸 분들이다. 9층과 13층 그리고 18층과 22층에 사시는 분들이다.
어느 날은 1층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먼저 타신 여성분이 열린 문을 닫히지 않게 잡아주셨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며 탔더니, 이미 12층이 눌러져 있었다. 나보다 먼저 내리시는 그분은 "올라가세요"라고 인사하며 내리셨다. 나는 약간은 당황해서 엉겁결에 인사한 적이 있다. 맞다. 아침에 만났던 그 남성분과 새로 이사 온 그 댁인 것 같다. 부부가 다 좋은 분이다. 살짝 안면이 있어도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자가 여성에게 먼저 인사하기는 더 어렵다. 어제는 아침에 내려가다가 12층 남성분을 다시 만났고, 둘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내어 "이사 오셨나 봐요?"라고 여쭤봤다. 그분도 반갑게 "네 최근에 이사 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나도 웃으면서 "네 앞으로 잘 지내시지요."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1층에서 서로 먼저 내리라고 양보하다가 원래대로 늦게 탄 순서대로 내렸다.
아~ 희망이 보였다. 최소한 우리 103동만이라도, 주민들이 서로 만나면 인사하며 지내자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용기 내어 엘리베이터 내부에 인사하며 지내자는 글을 붙이고, 조심스러운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도원동 삼성래미안아파트 수많은 동 중에서 103동 1, 2라인이 가장 화목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알려졌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에 지하철역으로 나오는데, 형광색 계단 옆의 살구가 제법 커졌고, 씨유 건너편의 덩굴장미꽃도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이렇게 무르익어간다.
2026년 5월 29일 출근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