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 (Essay 28th of 2026)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더니, 두 번째 단추도 잘못 끼워졌다. 내일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적인 골프모임 월례회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는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지난달 4월은 긴 겨울을 보내고, 5개월 만에 다시 시작되는 월례회였다. 멀쩡하던 날씨가 그날이 되어가니 비가 내렸고, 당일도 비가 온다고 했다. 원주 오크밸리로 출발하기 전인 아침 6시까지, 준비를 다 하고 골프장의 결과만 기다렸다. 6시가 되자 "골프장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금일 라운딩은 취소합니다"라고 왔다. 오랫동안 기다린 올해 첫 라운딩이었는데, 속상했다. 골프장에 가려던 복장을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고 회사로 갔다. 그리고 다시 잡은 늦은 새날에 겨우 시무식을 했었다.
요즘은 봄비가 간간이 내리기도 했지만,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또 30여 날의 기다림이 비가 와서 아쉽고 야속하기만 하다. 올 3월에 정성스럽게 골신제라도 지냈어야 했을까? 내일은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내일 아침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게, 오늘 중으로 취소가 확정될 수가 있다. 그래도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쉽다. 오늘 회사에 도착하면 일행인 김 이사가 득달같이 전화할 것이다. "왜 우리 월례회만 되면 비가 올까요?"라고...
아침에 집을 나서며 큰 우산을 들고 나왔다. 우산을 안 쓰면 안 될 정도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어젯밤에 마신 술이 깨끗하게 다 깨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아침부터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잘도 가고 벌써 삼 일차이다. 다행스럽게 이틀은 자다가 가위눌림을 당하지 않았다. 어제는 술 힘이 컸다. 5시 20분까지 다섯 시간 반을 한 번도 깨지 않고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잤다. 오랜만에 느끼는 숙면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평소에 타던 지하철의 바로 앞 차를 탔는데, 지하철은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낮이 길어졌고, 사람들도 부지런해졌다.
요즘 일기예보는 참 정확하다. 오늘 밤에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비구름을 누군가 하이제킹 하지 않으면, 내일은 분명히 비가 내린다. 그리고 예상하고 걱정하는 대로 내일 골프라운딩은 못 한다.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이다. 오늘 온종일 ‘오크밸리 날씨’를 시간대별로 검색해 볼 것이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절실한 건 아니지만, 5월에는 대체할 날도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한양대역에 도착하며 환한 바깥 풍경이 보인다. 잔잔하게 흐르는 중랑천이 보이고, 까만 아스팔트 길도 내려다보인다. 길바닥에 떨어진 밥풀을 주워 먹을 수 있을 만큼 거리는 깨끗하다.
이제 내린다. 내 집보다 더 많이 머무는 성수동이고, 성수역이다.
오랜만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비가 내려도 우울하지 않고, 마음은 쾌청한 하루가 되시기를 빈다.
2026년 5월 20일 출근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