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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

파인트리(story08655) 2026. 5. 20. 09:45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 (Essay 28th of 2026)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더니, 두 번째 단추도 잘못 끼워졌다. 내일은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적인 골프모임 월례회이다. 그런데 일기예보는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지난달 4월은 긴 겨울을 보내고, 5개월 만에 다시 시작되는 월례회였다. 멀쩡하던 날씨가 그날이 되어가니 비가 내렸고, 당일도 비가 온다고 했다. 원주 오크밸리로 출발하기 전인 아침 6시까지, 준비를 다 하고 골프장의 결과만 기다렸다. 6시가 되자 "골프장에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금일 라운딩은 취소합니다"라고 왔다. 오랫동안 기다린 올해 첫 라운딩이었는데, 속상했다. 골프장에 가려던 복장을 출근 복장으로 갈아입고 회사로 갔다. 그리고 다시 잡은 늦은 새날에 겨우 시무식을 했었다.

요즘은 봄비가 간간이 내리기도 했지만, 내일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30여 날의 기다림이 비가 와서 아쉽고 야속하기만 하다. 3월에 정성스럽게 골신제라도 지냈어야 했을까? 내일은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내일 아침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게, 오늘 중으로 취소가 확정될 수가 있다. 그래도 자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아쉽다. 오늘 회사에 도착하면 일행인 김 이사가 득달같이 전화할 것이다. "왜 우리 월례회만 되면 비가 올까요?"라고...

 

아침에 집을 나서며 큰 우산을 들고 나왔다. 우산을 안 쓰면 안 될 정도로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어젯밤에 마신 술이 깨끗하게 다 깨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아침부터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잘도 가고 벌써 삼 일차이다. 다행스럽게 이틀은 자다가 가위눌림을 당하지 않았다. 어제는 술 힘이 컸다. 520분까지 다섯 시간 반을 한 번도 깨지 않고 죽음보다 더 깊은 잠을 잤다. 오랜만에 느끼는 숙면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평소에 타던 지하철의 바로 앞 차를 탔는데, 지하철은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낮이 길어졌고, 사람들도 부지런해졌다.

요즘 일기예보는 참 정확하다. 오늘 밤에 우리나라에 머무르는 비구름을 누군가 하이제킹 하지 않으면, 내일은 분명히 비가 내린다. 그리고 예상하고 걱정하는 대로 내일 골프라운딩은 못 한다.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이다. 오늘 온종일 오크밸리 날씨를 시간대별로 검색해 볼 것이다. 날씨가 변덕을 부려서 작은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 정도로 절실한 건 아니지만, 5월에는 대체할 날도 없기 때문이다.

 

지하철이 한양대역에 도착하며 환한 바깥 풍경이 보인다. 잔잔하게 흐르는 중랑천이 보이고, 까만 아스팔트 길도 내려다보인다. 길바닥에 떨어진 밥풀을 주워 먹을 수 있을 만큼 거리는 깨끗하다.

이제 내린다. 내 집보다 더 많이 머무는 성수동이고, 성수역이다.

오랜만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이 비가 내려도 우울하지 않고, 마음은 쾌청한 하루가 되시기를 빈다.

 

2026520일 출근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