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도 공 치는 날( Essay 29th of 2026 )
어둠의 검은 장막을 거두며, 새날이 밝아 오고 있다. 먼 동쪽에서 보내오는 해님의 따뜻한 미소는, 밤부터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 비가 삼켜 버렸다. 소파에 누워서도 손이 닿는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을, 자다가 다섯 번도 더 보았다. 일기예보에는 비 내리는 우산 그림 대신에 잠시 구름 낀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다시 우산 그림이다. 어제부터 취소가 되었으면 차라리 마음 편히 잠이라도 더 잘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약속된 새벽 5시에 메신저 메시지가 왔다. '오늘은 캔슬입니다'이다. 당연히 취소될 것을 생각했던 우리는 '네'라고 답했다. 자주 기회가 있는 어느 사람에게는 별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다.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30분이라도 더 잠을 자려다가, 원고지를 꺼내 들었다. '못 되는 남의 일이 본인이 잘되는 것보다도 더 행복하다'라는 어느 임에게 기쁨을 빨리 주기 위해서다. 비가 내려서 고소하다는 임은 사실 그럴 리는 없지만, 재미있잖은가?
그런데 5시 20분에 메시지가 다시 왔다. "앗 캔슬이 안 된다고 합니다."이다. 이 정도의 비에는 당연하게 취소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화가 연결된 골프장에서 취소는 안 된다고 했었나 보다. 나는 ‘출발하겠습니다.’라고 답한 후 번개처럼 준비하고, 빠듯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새벽 빗길을 열심히 달렸다. 제2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두 차선은, 빗길에 엉금엉금 나란히 기어가는 차량 두 대가 앞길을 막아서 막힌다. 앞은 뻥 뚫렸는데 앞을 막은 두 차선의 차는 도토리 키 재기 경주를 한다. 마음은 초조하고 더 급해진다. 동쪽으로 갈수록 비는 조금씩 더 내린다. 다행히 이리저리 추월하여 늦지 않게 오크밸리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비가 내려서 현장에서는 취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비를 맞으며 시작했다. 오랜만에 비를 맞으며 하는 라운딩인데, 당연히 사람도 골프장도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다. 조금만 뒤땅을 쳐도 공은 데구루루 굴려 가다가 만다. 그렇지 않아도 매번 꼴등인데, 네 시간 반을 헤매다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이 났다. 속상하지만 이게 현실의 내 실력인 걸 어찌하오리까 ㅠㅠ
하지만, 생각해 보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우선은 내가 이렇게 건강해서 운동할 수 있고, 우리 회사 규모에 임직원의 체력단련을 위한 복지 혜택이라면 더 큰 행복이 아닐까?
점심을 먹고 심신이 지친 상태로 운전해서 집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3박 4일 여행 갔던 아내가 집에 왔다가 딸 집에 갔다. 손자의 학원 가는 길을 도와주려고 갔다. 이 또 한 쉬운 일은 아니다. 삶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새벽에 쓰기 시작해서 마무리하지 못한 글을 이어서 쓰고, 노릇노릇 잘 구운 갈치와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많이 피곤하다.
2026년 5월의 비 오는 날은 공 못 치는 날이 아니고, 비가 내려서 힘들게 공쳤던 날이었다.
2026년 5월 21일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