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심을 잃은 큰 예방주사 ( Essay 33rd of 2026 )
뭐든 초심을 잃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주식만 해도 그렇다.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나는 1천만 원으로 주식을 사서 6개월 동안에 700만 원을 벌었다. 그때는 현대증권 한 종목만 가지고 하락하면 매수하고, 10% 정도 상승하면 매도해서 수익을 실현했다. 어느 때는 1개월 만에 팔았고, 어느 때는 1주일 정도에 팔기도 했다. 이렇게 쉬운 주식 투자에서 왜 손실을 본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갓난아기일 때 내 자식, 내 손자는 다 천재처럼 보이듯이, 나는 주식의 천재이거나 달인이라고 교만해졌다. 하지만, 하루에도 상한가까지 올라서 큰 수익이 나는 것을 보고 더 큰 욕심이 생겼다. 결국은 초심을 잃은 것이다. 물타기, 상한가 종목 따라다니기, 남이 좋다고 추천하는 종목을 혹해서 사며 유료 주식리딩방 이용도 했었다. 결과는 참담하게 손해 보고, 텔레비전에 주식 얘기만 나오면 채널을 얼른 돌리게 된다. 요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특수효과로 몇십 년 머무르던 코스피 지수가 3천을 다시 넘더니, 8천도 넘었다. 여기저기 주식에서 돈 벌었다는 사람이 둘 중의 하나인 세상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전에 손실 난 종목을 과감히 손절매하고, 반도체 랠리로 성큼 갈아탈 수 없었다. 지금 주식시장은 정상이 아니다. 제로섬 게임에서 누군가는 큰 손해를 볼 것이다.
엉금엉금 기어 다니던 자린이 때는 별일이 없었다. 그리고 앞뒤에서 보호해 주던 몇 번의 초기 라이딩에는 사고 날 위험도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몇 번 혼자 타게 되면서 조금은 기술도 늘었다. 손이 저리면 한 손을 놓고 타기도 한다. 잘 나가지 않는 아주 기본의 MTB 자전거로 평균속도도 20km 이상으로 늘었고, 중간에 자주 쉬지도 않는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도 신호를 무시하고 차가 없으면 횡단하기도 했다. 완전히 초심을 잃은 것이다. 오늘 나는 초심을 잃어서 꽤 아프고 힘든 예방주사를 맞았다. 오늘은 구리시 야구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회사에 들러, 6월 정기산행 공지문을 보내려고 했다. 10시에 집을 나섰다. 응봉 쉼터까지 30분 만에 단숨에 달렸다. 그런데 응봉 쉼터에 도착하니 중랑천을 따라 오늘도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구리시로 가는 한강변의 자전거 길과 산책로에서 자주 열린다. 수많은 마라토너와 라이더가 섞이며 혼란스럽다. 그래도 천천히 조심해서 달리며 마라톤 구간을 벗어나고, 마의 언덕길도 내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서 올랐다. 다시 시작한 실내 사이클 운동의 효과를 봤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한 손만 잡고 올림픽대교를 향하여 가다가, 내리막길에서 무심결에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자전거가 손잡은 핸들 쪽으로 쏠리며 그냥 엎어졌다. 고수님이 얘기하던 자전거 뒷바퀴가 들리며 뒤집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다행히 헬멧 쓴 머리는 괜찮지만, 양다리와 양팔은 아스팔트 바닥에 끌리면서 여러 군데가 많이 패이고 벗겨지며 피가 났다. 내가 가장 아끼는 르꼬끄 사이클복 상의도 팔꿈치 부분이 둥그렇게 구멍이 났다. 아프기도 하고 창피해서 빨리 현장을 벗어나려는데, 자전거가 작동이 안 된다. 사고현장의 근처에 사는 후배한테 전화했더니, “체인이 빠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래서 하나씩 해 보다가 체인이 맞춰져서 집에 올 수 있었다.
자전거에 대한 기본 지식도 부족하고 초심을 잃은 나에게, 신은 더 큰 사고를 막아주시려고 경고하며 아프고 큰 예방주사를 놓아주셨다.
아침에 집에서 출발하며 오늘 목표는 60km를 타고 체중은 1kg을 줄이려고 했다. 오늘 운동결과는 라이딩 거리는 완전 실패, 체중은 995g은 운동으로 줄였고, 나머지 5g은 아스팔트 위에 쓸리며 패이고 벗겨진 내 살 때문에 1kg 감량에는 성공했다.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웃으며 하고 있다.
토요일은 라이딩하고, 일요일에 관악산에 등산 간다고 했더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지인이 있었다. 역시 무리였다. 나는 초심을 잃은 내 마음을 자책하며, 한없이 반성하고 있다. 그래도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기본적인 여건과 용기는 남겨 주셔서 감사하다. 아~ 빈 수레가 시끄럽고 요란했다.
2026년 5월 30일 밤에
